봄날 새순 올라오듯 뽀시래기 잡풀이 아니다.당당히 두피를 뚫고 나와 스스로 위세를 더하며 검은 머리칼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 흰머리.새치가 한 두개 나던 안달복달의 단계를 넘어선지는 이미 오래되었다.매일매일 내 두피에서 살기를 거부하며 시궁창을 향해 떨어지는 머리칼들을 보며 그나마 머릿수를 채워주며 옅은 두피를 안아 견디고 있는 흰머리도 고마운 존재임은 두말할 필요없다. 일년 내내 여름인 나라에 살고 있어서 흰머리로 변절하는 머리칼들이 유독 많은 것인지, 결국은 져 줄수 밖에 없는 부모라는 기울어진 운동장같은 숙명속에서 매일 사춘기들과 고래힘줄로 팽팽한 씨름을 하고 있어서인지, 흰머리는 잘도잘도 자란다.마음먹고 거사를 치루듯, 경건한 마음으로 장갑을 끼고 메스를 들듯 도끼빗을 들었다. 남편의 머리를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