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가 몽키아라다.
몽키아라에는 몰이 모여 있다.
1 Mon't kiara, Sunway 163 Mall, Plaza Mon't kiara, Arcoris.
그중 Plaza Mon't kiara 광장에서 목요일마다 장터를 연다.
과일상, 잡화상, 야채상, 그리고 각종 먹을거리들.
점심시간엔 인근 직장들까지 모여들어 인기 있는 가게에는 긴 줄이 선다.
내가 매주 이 장터를 가는 이유는 바나나 튀김과 케밥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다른 곳 노점에서 바나나 튀김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바나나가 싱싱하지 않았는지 어떤지 별로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었다.
그때 이후로 내 기억 속에서 바나나 튀김은 별로 구미를 당기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런데 목요장터에 유난히 줄이 긴 가게가 있길래 꼬리를 따라가 보니 이 바나나 튀김 가게였다.
대략 열 개 정도가 5링깃인데 매대 뒤쪽에선 바나나 꾸러미들이 잔뜩 쌓여 있고 그 옆에는 직경 7~80 센티미터는 족히 될 법한 웍에서 바나나를 튀기고 있었다.
바나나도 기름도 신선해 보이는 데다 긴 줄, 그리고 5링깃이라는 싼 가격에 나도 줄을 섰다.
몇 분을 기다린 후에 5링깃짜리 한 봉지를 받아들고 입에 물었다.
와그작 소리와 함께 바나나가 쫀득하게 씹혔다.
예전에 실패했던 그때 식감과는 완전히 다른 쫀득하고 부드러운 바나나 속살에 바삭한 튀김옷!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대는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난 매주 목요일, 바나나 튀김에 홀려 줄을 서고 있다.
그리고 목요 장터에 가는 또 하나의 이유 치킨 케밥!
부부로 보이는 두 분과 직원 한 명이 열심히 케밥을 팔고 있는 부스가 있다.
역시나 점심시간 즈음엔 꽤나 줄이 길다.
남편으로 보이는 주인장이 세로 회전구이하며 케밥 닭고기를 잘라내어 와이프로 보이는 안주인 또는 직원에게 건네준다.
직원이 케밥 랩을 만들고 안주인은 주로 계산과 포장을 맡는다.
치킨 케밥랩은 10링깃, 치킨 케밥 라이스는 13링깃.
난 치킨 케밥랩을 주로 먹는다.
10링깃이라는 가벼운 가격이지만 속은 꽉 차 있다.
치킨 케밥랩을 먹고 후식으로 바나나 튀김.
아, 소름이 오싹 돋는 에어컨 밑에서도 졸음이 솔솔 쏟아지는 조합이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라 그런지 중동 음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한국에서는 약간 낯선 식자재인 양고기 요리도 잘 조리하는 곳이 많다.
향신료의 맛에 부담이 없는 사람이라면 정말 먹을 게 많은 곳이 말레이시아다.
간혹 말레이시아로 이주해서 국제학교로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님들이 아이들 도시락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시는 걸 본다.
향신료에 한번 벽을 만들면 왠지 저건 내가 먹을 것이 아닌 거야 하고 비슷한 냄새 나는 음식까지 손을 내젓고 만다.
음식은 그 나라 문화에 깊이 접속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한국아이들끼리 도시락을 펼쳐 놓고 먹는 점심시간이 아니라 로컬 아이들과 모여 나시르막을 먹고 로띠 차나이로 간식을 먹는다.
아이들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은연중에 스며든다.
질풍 노도의 시기를 함께 겪은 여러 인종의 사춘기 아이들은 국적도 인종도 상관없는 소중한 친구로 남아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
말레이시아로 와서 살겠다고 생각했다면 최대한 로컬 음식의 허들을 무너뜨려 보시길.
우선은 부모가 먼저 나서야 한다.
사람은 장소가 바뀌면 먹는 것도 다양하게 바뀔 수 있고 다 사람이 먹는 것이니,
겁내지 말고 먼저 거부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시도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마음의 허들을 걷어내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스펙트럼이 넓어진 지구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