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비누 내보내기

mea-beatitudo 2024. 11. 22. 22:10

비누를 만드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코코넛 오일과 팜오일이 베이스가 된다.

말레이시아에는 팜나무가 정말 많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바닷내음에 홀려 달려가는 3시간 여 동안, 도로 양옆에 나무 둥걸을 땅에 야무지게 박고 열을 세워 서 있는 무수한 팜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가도 가도 팜나무...

팜오일의 원산지로 유명하기도 한 말레이시아.

그래서 종류도 다양하고 질도 좋은 팜오일을 구하기가 쉽다.

코코넛도 많다.

음료뿐만아니라 코코넛 오일과 코코넛 밀크, 코코넛 파우더 등등, 정말 버릴 게 없는 나무다.

그러나, 무심코 코코넛 나무 아래를 지나가다 무심코 머리통을 맞고 별을 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한다.

암튼, 이런 저런 이유로 말레이시아 인터넷쇼핑몰엔 온갖 오일류, 비누만들 때 첨가할 만한 파우더류들이 아주아주 매력적인 가격들을 뽐내며 손짓을 한다.

게다가 ‘hot deal’ 깃발은 어찌나 자주 등장하는지.

말레이시아에서 코코넛 오일은 항상 액체상체라는 점이 은근 편리하다.

한국에서는 고체형태일 수밖에 없어서 녹이는데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들이부으면 된다.

여드름 꽃이 핀 아이들을 위해서는 칼라민 가루, 모링가 가루, 그리고 님 오일을 넣어 보고,

세월의 먼지가 쌓여가는 나를 위해서는 올리브 오일을 70%까지 올리고, 모링가 오일, 카렌듈라 가루를 넣고,

코코넛특집으로, 코코넛 오일 100%, 코코넛 밀크를 넣은 코코넛 카스틸도 만들어 보고,

피마자 오일, 님 오일 듬뿍에, 맥주효모, 그린클레이를 넣어 샴퓨바도 만들어 보고,

이것저것 섞어 요상하고 독특한 물체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오늘은 몇몇 고마운 분들에게 비누 내보내기를 했다.

한국사람도 있고, 현지사람도 있고.

비록 다 마신 우유팩을 비누틀 삼아 만들었으나 내 보기엔 곱디고운 아이들, 더 곱단이로 포장해 보내리라.

팔랑거리는 유혹의 리본을 들고 같은 콘도에 사는 고마운 분의 집 현관문에 걸어 두고 문자를 보낸다.

 

현지인들은 손으로 만든 뭔가를 받으면 굉장히 신기해한다.

이런 걸 보통사람들이 조물조물 만든다는 것이 잘 믿기지가 않는 모양이다.

한국에선 이 정도로는 ‘손재주’라고 어디 명함도 못내미는데,

나는 오늘 현지 지인에게 ‘so talented’ 라는 찬사를 받았으니,

불판 위의 오징어마냥 자꾸만 말려올라가는

주책없는 내 입꼬리를 누가 좀 말려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