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여행할 땐 렌트를 하면 여러모로 편하다.
이동을 위해서도 편리하지만 짐들을 이고 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월마트 등에서 식재료를 잔뜩 사서 해 먹고 다닐 수 있어 여행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물론 맛도 좋다.
미국은 가도 가도 옥수수밭, 콩밭일 만큼 땅이 넓고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비산 체리도 한 꾸러미 4, 5달러면 푸짐하게 살 수 있고
너무 많은 종류 앞에 눈이 돌아가는 사과 코너에선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사과가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이건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수입된 다양한 식감과 맛의 사과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우리의 눈알 튀어나오게 만드는 것이 소고기 코너다.
일단 스테이크류 중 때깔이 고와 보이는 걸 사서 기름을 두르고 구우면 된다.
너무 익히지 말고 살짝 붉은 기가 감돌 때 먹어야 한다.
지금껏 한 번도 질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그야말로 월마트 소고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강달러 시대에
미국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있어선 사랑 그 자체다.
1 파운드 (454g)에 11.84 달러.
소금과 후추, 그리고 기네스 맥주 한 캔이면 이거지, 이거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매대에 잘 보이지 않던 필레 미뇽이 있길래 이것도 사서 구웠다.
보통의 스테이크 고기보다 2배의 값이길래 부드러운가 생각하며 검색에 들어갔다.
'뼈가 없는 값비싼 소고기 부위로 안심이나 등심 부위를 나타내는 프랑스 요리 용어' 란다.
살짝 기름을 두르고 구웠는데 가격만큼 음 굉장히 부드럽긴 하다.
하지만 프라이팬보다 오븐이나 석쇠에 구웠다면 조금 더 부드러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1파운드에 21.82달러.
아이를 기숙사에 두고, 아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숙사로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거기에 떨구고 온 게 아니라 그곳이 아이가 있어야 할 자리였고,
우린 새로운 출발을 하는 아이가 맞닥뜨릴 반가운 고독을 응원하며 배웅하는 거라고.
새로운 토양에서 뿌리를 내리고, 비바람을 기꺼이 맞으며 묵묵히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어나갈 아이의 찬란한 시간들을 지금껏 키워오며 때론 눈물로 때론 기쁨으로 얼룩졌을 천륜의 사랑 가득 담아 장풍을 쏘듯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이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우린 그렇게 묵묵히 고기를 씹었다.
눈물이 나려는 찰나 입속에서 눈물 같은 뜨거운 육즙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또 부모로서 성장통을 겪으며 나이테를 늘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