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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흔한 판미와 볶음밥

mea-beatitudo 2024. 11. 16. 20:09

말레이시아는 다인종 국가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신념을 가지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동네이다.

신념이란 것은 참 무섭다.

사람이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모든 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고 그 사람의 토대를 이룬다.

푸드코드 안의 음식은 그야말로 다양한 인종들이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볼 수 있다.

말레이식, 인도식, 중국식, 광동식, 태국식, 일식.

말레이시아는 푸드코트 같은 개념의 오픈 식당들이 참 많다.

한 간판 아래 여러 푸드트럭이 모여 있는 것 같은 형태의 식당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밖에서 볼 때는 늘 어수선해 보이고 약간은 청결하지 못한 듯해서 한국 사람들은 살짝 주저하기도 한다.

그러나 며칠 여행을 온 사람이 아닌 이상 우리도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영역에 살며시 발을 들여놓고 살게 된다.

그 생활이 만 9년을 넘어 십 년 차가 된 나는 이런 식당들을 아주 즐긴다.

찐 맛집들이 꽤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점심마다 북적이는 곳은 재료의 신선도가 생각보다 좋다.

이곳은 아이가 13학년 때 인턴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곳이다.

그 앞 큰길을 오며 가며 간판은 본 적이 있지만 들어가서 먹어보진 못했는데

이 식당 근처 회사에서 아이가 인턴을 하게 되면서 거의 매일 들러 점심을 해결한 곳이다.

호텔 뷔페를 가도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는 아이는 볶음밥 러버답게 입구에 있는 태국 볶음밥 집 볶음밥을 매일 점심으로 먹었다.

매일 먹어도 지겹지가 않고 줄도 길다는 말에 어느 날 아이의 퇴근길 픽업 간 김에 들러서 포장을 해 왔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어라? 불맛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장이 불 앞에서 큰 웍을 쉴 새 없이 흔들고 계셨다.

그 이후로도 장을 보고 할 때면 꼭 들르는데 간혹 'OFF' 가 걸려 있을 때는 나라를 잃은 것 같은 상실감이 들 정도였다.

고슬고슬 어느 한 톨도 서로 달라붙는 것 없이 기름에 제대로 몸을 굴린 밥알들이 새우를 품고 있었다.

불맛나는 깔끔한 볶음밥, Thai Fried Rice, 9링깃.

 

 

]거의 매번 볶음밥과 겸상을 하는 요놈은 '마라 판미'다.

사진에는 면발이 잘 보이지 않지만 약간 넓적한 칼국수 같은 면이다.

주문을 하면 A4 반 장 정도로 얇게 편 넓대대한 반죽을 면 뽑은 기계에 넣어서 그 자리에서 면을 만들어 끓인다.

그래서 면이 아주 쫄깃하다.

판미집 국물들이 보통 좀 간이 센 편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집은 그다지 세지 않고 속에 든 내용물들도 꽤나 알차다.

버섯, 피쉬볼, 볶은 멸치, 푸른 채소잎.

'마라 판미'이긴 하지만 중국식 마라보다는 훨씬 향이 순화되어 있고 맵부심 한국인에겐 그리 맵지도 않다.

중국식 마라가 강하게 느껴지는 한국사람에겐 적절히 마침맞은 마라맛이다.

마라 판미, 10.50링깃.

테이블에 앉으면 까만 옷 입은 직원들이 다가올 것이다.

입쪽으로 엄지를 가리키며 말레이어로 말해도 당황하지 마시라.

뭘 마실 거냐고 묻는 것이니 테이블 위에 있는 그림을 보고 음료를 주문하고 얼마냐고 묻는다.

그럼 말레이어로 얼마라고 할 것이고 순간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때 당황하지 말고 테이블 위의 큐알코드를 찍어 터치앤고 앱을 켠다.

거기에 숫자를 찍어달라는 듯 핸드폰을 내밀면 찍어 준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국사람은 거의 없어서인지 우리가 외국인일 거라는 생각을 아예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턴 예전에 아이들한테 배워두었던 말레이어 숫자를 떠올리며 말레이어로 대답하니 엄지를 척 내보였다.

현지 로컬 시장이나 로컬색이 짙은 곳을 간다면 말레이어 숫자가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기회가 되면 익혀두는 것도 말레이시아에서 소소한 재미를 보태는 데 많은 도움이 되니 참고하시길.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기준이나 의식이 완전히 리셋되는 느낌이다.

그렇게 리셋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을 수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살아온 기준과 의식으로만 본다면 이상하고 불편한 것 투성이가 되어 정작 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리기 어렵게 된다.

그러니 많이 도전해 보고 부딪혀야 얻을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이 지나면 한번 리셋된 기준과 의식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던 쓸데없는 걱정과 억눌렸던 사고에 알게 모르게 자유로움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