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의 국제학교이건 마찬가지겠지만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누구나 다 알 듯이 영어다.
초등생이건 중등생이건 고등학생이건 정해진 방법, 또는 빨리 가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물우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여물을 되씹는 소처럼,
그저 진득하고 묵직하게 나아갈 뿐이다.
그래도 방법이라고 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니,
우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
무슨 방법을 취하건 상관없이 기본은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쪽 취향의 책을 읽건 어느 유명인의 추천서건 가리지 말고 일단 읽자.
무엇부터 읽어야 되냐고 물을 시간에 그냥 읽자.
여기서 말하는 '읽자'의 주체는 당연히 아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페이스메이커로서의 부모를 지칭하기도 한다.
어떤 내용인지 어떤 글들이 주로 씌여져 있는지 부모가 봐야 아이에게 권할 때도 설득할 말이 많아진다.
무턱대고 읽으라고 하면 아이 입장에서도 반감이 설 수 있다.
엄마는? 뭐 알아??
초등생이라면 아무 책이나 재미있는 글들을 읽으면 되지만 초등 6학년 정도에서 중등생이라면 조금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부모의 목소리만 들어도 방문을 걸어 잠글 준비가 된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 나이 때는 우선 길게 호흡을 끌고 갈 수 있는 책이 좋다.
국제학교에서도 긴 호흡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해 서술해 내는 게 일상인 시기이다.
잘 알려진 <해리포터>시리즈도 물론 좋지만
내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Rick Riodan 작가의 시리즈물들이다.
아이가 국제학교 7학년 초였을 때 이웃에 82세의 영국 할아버지가 계셨다.
건축 토목 엔지니어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말레이시아에 와서 다리나 도로를 짓는 회사에 파견 나왔다 눌러앉으신 케이스였다.
이 할아버지한테서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얘기하는 수업을 받았었다.
뭘 배운다는 주제도 없이 그때그때 할아버지가 가져온 주제를 가지고 와서 토론하고 얘기하는 시간이었는데 아이가 아주 좋아했었다.
그 할아버지가 소개해 준 작가가 Rick Riodan이었다.
그때는 처음 들어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주 유명한 작가였다.
아이는 <Percy Jackson> 시리즈를 시작으로 이 작가의 책은 거의 다 탐독을 했다.
'탐독'이라는 표현이 정말 걸맞을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읽었더랬다.
책은 어렵지 않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한 얘기였다.
그러나 완전히 푹 빠져서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유영하듯 책을 읽었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는 대부분 영국제다.
미국제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양 문화 곳곳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서양 교육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 유교의 그림자가 저변에 깔려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언뜻 이해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그래서 국제학교 영어 시간에도 문학 시간에도 이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아이는 우연히 영국 할아버지 덕분에 읽게 되었지만 이후 8학년 한 학기 영어 시간 주제가 그리스 로마 신화였을 때 완전히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날아다녔다.
그 후로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좋은 글감의 도구가 되었고 글쓰기에 있어 훨씬 풍부한 얘깃거리들을 제공해 주었다.
아,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한 달 살기, 혹은 국제학교 답사 차 오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말레이시아 오셨을 때 서점을 꼭 들러보시길 권한다.
아시다시피 MPH, POPULAR 두 서점이 가장 지점도 많고 만만하게 들르기도 좋다.
시내에 있는 kinokuniya 서점도 있다.
일본 그룹이 운영하는 서점으로 책도 많고 아주 광대하다.
그런데 너무 광대해 어떤 책을 찾아야 할지 길을 잃을 수 있으니 국제학교 준비를 위해 현지 아이들도 잘 보는 문법책이나 Reading comprehension 책을 보고 싶다면 MPH, Popular가 훨씬 만만할 것이다.
국제학교를 준비할 때 무턱대고 막연하다고만 걱정하고 머뭇거리지 마시길 바란다.
일단 많이 읽고 그다음에 이런 책들을 이용해 찬찬히 다잡아 가면 된다.
무엇부터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책읽기이겠지만 책읽기만으로는 안 된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아이의 생활 전부를 영어로 채워야 한다.
단 이런 생활을 너무 길게 하면 국제학교에 가기도 전에 녹다운 되니 짧고 굵게 한두 달 정도의 계획으로 인텐시브 하게.
나의 경험에 미뤄 본다면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답사 겸 여행 겸해서 세 번을 왔었다.
처음엔 어떤 동네인가 구경하듯 왔었고
아주아주 살 만한 동네인 것 같아서 두 번째는 아예 국제학교 입학을 염두에 두고 왔었다.
이때는 한국에 돌아가 입학 준비를 할 요량으로 서점 탐방을 많이 했었다.
괜찮다 싶은 grammar, raeding comprehension, writing 책들을 트렁크 하나 꽉 채워서 왔다.
Speaking 부분은 원어민 선생님 과외를 했었다.
꼭 원어민일 필요는 없다. 자유롭게 주고받고 할 수 있는 선생님이면 된다.
나의 경우는 아이의 같은 반 친구 아빠가 미국인이어서 운 좋게 수업을 받았다.
(일주일에 세 번씩 두 달)
하루 중 쉬는 시간을 정해 두고 운동하는 시간 제외하고는 아이들이 거의 사전을 끼고 살았다.
아이들이 처음에 사전을 찾을 때만 해도 귀찮고 힘들어했는데 국제학교 들어가면 사전을 찾지 않고도 단어를 더 즐겁게 익힐 수 있을 거라며 사탕과 껌으로 유혹하면서 사전 찾기의 험난한 고개를 넘었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그해 오월과 유월은 커다란 식탁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말레이시아에서 사 온 문제집들이 한 권 한 권 끝날 때마다 책거리를 하며 지냈다.
그로부터 두 달 후에 세 번째 방문에서 국제학교 입학 테스트를 했다.
큰 아이는 Year 5, 작은 아이는 Year 3.
큰 아이 학년엔 총 세 개의 반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작은 아이는 세 개의 반 중 세 번째 한국인이었다.
그때나 요즘이나 입학 테스트는 소요 시간도 내용도 얼추 비슷한 것 같다.
CAT4, 쓰기, 읽기, 인터뷰, 수학 문제.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몰입해서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달을 넘지는 말아야 아이가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두 달 동안엔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해야 하나 싶을 만큼 한꺼번에 쏟아부어야 말레이시아에 가서도 후회가 없다.
잘 적응하는 데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처음 말머리로 돌아가서 다시 말하자면,
정말로 지름길은 없다.
혹시나 뭐 뾰족한 방법이 없냐고 물어보아도 그냥 묵묵히 진득하게 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그리고 학원을 보내건 과외를 하건 아이가 지금 뭘 공부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나가고 있는지 부모가 꼭 알아보고 체크를 하시기 바란다.
맡기면 그냥 저절로 되는 건 없다.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확인하다 보면 학원이나 선생님도 진국인지 허울뿐인지 판가름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국제학교를 알아보시는 학부모님들은 국제학교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린 순간부터 더 치열하고 열심히 적극적인 자세로 바꾸어야 한다.
마치 전사의 갑옷을 갈아입은 트랜스포머처럼.
우리 아이들이 낯선 곳에서 낯선 언어 환경에 놓일 순간을 생각해 보시라!
누구보다 두렵고 겁이 나는 건 아이들일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아빠가 이 정도도 적극적이지 못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오늘도 워리어를 자초하며 총검을 들쳐매듯 장바구니를 팔뚝에 걸친다.
우리 아이들의 뱃속을 채워줄 영양 가득 먹잇감을 찾아 나서는 나는,
그렇게 마음만은 스칼렛 요한슨처럼 전장의 문을 나선다!
모두 화이팅!